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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실화를 모티브로 한 범죄 영화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리뷰를 작성하면서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다가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 지금은 범인이 밝혀져 이름이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으로 바뀐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어떤 사건을 다루는지에 대해서는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처음 발생되었던 1986년부터 20년이 넘게 대한민국의 3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가 2019년이 되어서야 DNA 추적으로 용의자를 특정 지었고, 감옥에 있던 용의자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시인하면서 결국 범인이 밝혀지게 된 사건입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실제 범인 대신 누명을 쓰고 20년간 옥살이를 해온 누명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형사의 수사 이야기
영화 '살인의 추억'은 1986년 비가 오던 어느 날 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며 시작됩니다. 형사 '박두만'은 젊은 여성이 무참히 강간살해를 당한 채 사체로 발견된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과학수사나 프로파일링 기법은커녕 사건 현장 보존조차 안됐던 그 당시, 경찰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형사 '박두만'은 치밀한 자료 조사에 근거하여 수사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촉이나 관상 등을 믿고 용의자를 특정 지어 강압 수사를 하는 등, 소위 엉터리 수사를 이어갔습니다. '박두만'은 자신의 아내가 얘기한 소문을 듣고 동네의 모자란 청년 '백광호'를 찾아가 그를 범인으로 몰았고, 그가 진술하는 사건 당시의 세세한 내용을 녹음하여 그가 범인임을 확신했지만 그는 사실 이 사건의 목격자였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영화 '살인의 추억'이 당시 경찰들의 잘못된 수사 방향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서울에서 내려온 형사 '서태윤'이 등장하면서 수사의 방향이 변경됩니다. '서태윤'은 자신이 수집한 자료에 근거하여 냉철하고 이성적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인물입니다. '박두만'은 애꿎은 용의자들을 잡아와서 폭력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서태윤'은 '박두만'이 잡아온 용의자가 범인이 아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내세워 그들을 풀어주자 두 형사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그리고 이 두 형사가 갈등을 겪는 그 순간에도 살인 사건을 끊이지 않고 일어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의 한 순경이 자신이 듣는 라디오에서 특정 노래가 나오는 날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서태윤'은 방송국에 연락해 해당 노래를 틀어달라고 엽서를 보낸 사람을 추적하고, 마침내 용의자를 체포합니다. 용의자는 화성시에서 레미콘 공장에 다니던 청년 '박현규'였습니다. 그가 군대를 전역하고 공장에 취직한 이후 그 인근에서 연쇄적으로 강간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서태윤'은 '박현규'를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그의 자백을 받아내려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증거가 없는 관계로 '박현규'의 수사를 중단하고 그를 풀어준 날 밤 또다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성을 잃은 '서태윤'은 '박현규'를 찾아가 그를 미친 듯이 두들겨 패지만, 때마침 미국에서 날아온 DNA 감정 결과지에서 '박현규'를 범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내용을 보게 됩니다. 심증은 확실하지만 명백한 증거를 습득할 수 없는 형사들은 점점 지치기 시작합니다.
범인은 평범한 얼굴을 한 우리의 이웃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형사를 그만둔 '박두만'은 우연히 화성시의 옛날 사건 현장에 들러 사체가 발견되었던 장소를 들여다보며 그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러다가 그곳을 지나치던 한 소녀의 말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 소녀가 말하길, 며칠 전에 어떤 아저씨 한 명이 똑같이 그 장소를 들여다보고 있길래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이곳에서 예전에 한 일이 생각나서 찾아왔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박두만'은 소녀에게 그 아저씨의 얼굴을 보았냐고 물었는데, 소녀는 그냥 평범했다고 대답합니다. 이는 잔혹한 범죄의 범인이 평범한 얼굴로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